
강승혁 기자
2025년 8월 22일
2023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에게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공개 의무가 부여됐지만 형식적인 신고 방식으로 인해 시장 폐쇄성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국회에서도 사무처 직원들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비교적 곧이곧대로 신고하는 반면 국회의원과 그 직계가족의 경우 매매가 이뤄지고 난 후 '짜투리 코인' 위주로 공개하고 있다.
22일 '2025년 국회고위공직자 재산정보 공개본'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정책연구위원 A 씨는 가상자산 5억3000만원을 신고했다. 기존에 보유한 2억1200만원에 투자금 증액으로 3억1800만원을 추가하면서다. 수석비서관 B 씨의 배우자는 5200만원, 수석전문위원 C 씨의 장남이 5300만원, 이외에 3명이 수백만원 수준의 가상자산을 각각 신고했다.
사무처 직원 총 36명이 이 같이 신고한 것과 달리, 22대 국회의원 298명들은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한 가상자산 공개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자산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캅스에 따르면 1개 미만(소수점 단위 규모)으로 신고된 경우가 다분하며, 자산 가액이 0원인 경우도 15건이 집계됐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성실한 신고가 되레 당내 공천을 비롯한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 다. 특히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니며 디지털 분야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45종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전부 매각했다고 공개했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음영지역'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의 폐쇄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본에 신고된 가상자산 종목은 126종으로 국내 원화 거래소 상장 71종, 상장폐지 31종, 미상장 21종이었다. 이 중 글로벌 유통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국내 일부 거래소에만 지원되고 있는 종목들도 상당수로 '묻지마 투자'나 '김치코인' 열풍에 편승한 흔적도 확인된다.
우선적으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매매 내역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현행의 형식적인 신고 방식은 성실 신고자를 오히려 투기꾼으로 왜곡하는 '성실 신고의 역설'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자산으로서의 정당성 부여, 성실 신고자에 대한 긍정적 프레임 확립, 단순 잔량 및 더스트(거래 후 남은 극소량의 디지털자산) 제외, 매매 내역 중심 보고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